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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작가의 [유령의 마음으로] 새로이 접하는 단어나 처음 보는 표현은 없었다 다 익숙하고 다 친근했다. 그런데 새로웠다. 나에겐 흘러가는 시선이었을 뿐인데, 작가님에겐 멋진 글감이었다 흐르듯 이루어지는 일상과 환상의 줄타기 가볍지만 어느만큼의 누름힘으로 안정을 주는 봄가을 이불처럼 선을 잘 지키는 경쾌한 한 편 한 편들 폭신한 문장에서 나에게로 전도된 따뜻함을 잠시라도 지키고파 한 편이 지나면 한 템포 쉬어야만 했다 살아가며 결국 필요한건 나와의 대화인 듯 하지만, 내가 해파리가 되는 꼴은 끝끝내 못보겠다는 - 혹은 해파리가 되면 죽을 때까지 키워주겠다는 (!!!) 고마운 친구들과의 대화도 삶엔 꼭 필요한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나와 먼 상황에서 오는 공감의 한계 표징 없는 삶에 마음만 시끄러운 이들을 위한 유령도 있었으면..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죄없는 자는 죄를 사함 받고자 할수록 원죄에 얽히고 죄인은 인간의 불완전성에 숨어 스스로 죄를 사하는 역설 세 번이 넘는, 네 번의 미안함 그를 진심으로 받아준 제니의 용서 그만으로 금자는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었을까 브레송이 떠오르는 빛의 미학과 화면과 소리의 오버랩이 전달하는 동시감각의 감탄 아름다움이 많은 걸 좌우한다는걸 또 한 번 느낀다.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듣고 이틀 전 퇴근길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들었다. 별안간 벅차올라 눈물이 고이는 덕후가 되었다. 1. 빠른 비피엠에 1차 충격 곡의 스토리와 전개에 2차 충격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단어 활용에 3차 충격을 받았다. 아래 단어들이 들으며 추려본 것들. 글을 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섬광 홀연히 일망타진 의기양양 당최 관통 맥없이 하찮은 젖히다 대대로 맥세코 치기 2. 마지막 가사도 인상적이다.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을 받아들이려 노력할 지언정 스스로에겐 관대하지 못하다. 그치만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뻔하디 뻔한 사실인데 새삼스럽다. 나에게 속으로 건내기도 어려운 말을 세상 밖으로 선언하는..
[230512] 한상원밴드 at 천년동안도 냉면을 먹고자 성사된 금요일 밤 종로3가에서의 약속 완냉 후 말로만 듣던 천년동안도에 가 봤다. 한상원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시작도 전부터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즐길 줄 아는 자만 즐길 수 있는 것 같은 고상한 느낌' 같은 것 없이 모두가 웃고 떠들고 신나는 분위기였다. 실컷 떠들고 먹고 마시되, 퍼포머에 대한 예의는 모두 갖추는 관객들 밴드 구성원들의 역량은 두말할 것 없었다. 처음엔 기타 볼륨만 왜이리 큰가 싶었는데 한상원님의 솔로를 들어 보니 그럴만 하구나 싶었다. 잘 모르는 어떤 분야라도, 잘하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잘한다는 게 느껴진다. 한상원님 이외에 드럼 황성환님, 키보드 조승연님, 베이스 최원혁님의 기량도 모두 멋졌다. 음악에 심취해서 땀흘리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경상걸즈,,, (..
마르탱 모네스티에 작가의 [자살에 관한 모든 것]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지인의 가족 / 친구의 지인 / 아스트로의 문빈 자살 소식을 연달아 접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참 무감해지지도 않는다.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자살 기록을 연구한 이 책은 자살을 현상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누구와, 어떤 의혹으로? 엄청난 사실들의 나열에 삶과 죽음이 모호해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자살의 이유로 나열되는 항목들이 주변의 사례들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생각해 본 결과 개개인의 상황과 우울은 누구도 알 수 없는 탓에 당연한 거라는 해답에 이르렀고 영원히 알 수 없는게 당연하지만 누군가는 연구를 하고 출판을 하며 누군가는 책을 찾아 읽는다는 일련의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멜씨트롱', 자비와 기계라는 ..
서커스를 배우다 서커스 워크숍에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난 (근육통에 시달리는) 오늘 즐거웠던 기억에 대해 무언갈 남기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글링이라는 엄청난 개인기를 하나쯤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과 언제 서커스를 하는 사람과 만나보겠냐는 궁금함으로 참여한 워크숍 전자의 목표는 처참히 실패했으나 더 많은걸 얻은 두 시간이었다. 집에서 귤로 연습하라는 선생님의 말씀 이어가 볼게요 서커스를 배우는 동안.. 그냥 서로의 손을 잡고 그냥 공을 던졌다가 잡는 것인데 웃음이 계속 났다. 모두가 말 그대로 내내 웃고 있었다. 모르는 이의 눈을 바라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어색함이 반가움으로 바뀌는 차츰의 눈빛들이 너무 예뻤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에너지가 멋졌다. 모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사..
못함을 연습하기 어린 시절부터 크게 못하는게 없었다. 공부도 잘 했고, 음악 시간에도 체육 시간에도 늘 잘 하는 학생이었다. 한 가지 못하는 것을 꼽으라면... 사실 한 가지도 아니네 손재주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없다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해야 하면 남학생들과 함께 남아서 과제를 해야 했고 미술 시간에는 늘 자신없는 작품을 내놓아야 했다. 이후 쭉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삼가며 살아왔고 그래서인지 미술적인 / 오브제 창작의 재능에 대한 로망과 함께 '난 못하겠지' 라는 결여된 자신감이 늘 함께했다 그런 나는 몇 달 전부터 도자기 공방을 다니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이 맞아떨어진 덕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찾고자 하는 나름의 도전이기도 했다 공교하지 못함은 진작 드러났어도 뭐라도 만들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에 숨..
문빈의 추모공간에 다녀온 뒤 각자의 사연이 얽힌 편지들과 그에게 주고싶던 맛난 간식들 하염없이 자리를 지킬 사람들을 위한 물과 간식 관리안된 꽃들의 향과 비린내가 섞인 곳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의 마음도 정말 헤아릴 수 없다 싶었다 아름답고 기이했다 이것마저 팬문화인가 싶기도 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빈이에게 잘 가라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맘속으로 건냈다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되 아주 흐리게만 남아달라고 인사했다 추억은 하되 짙은 슬픔에 매몰되는 이가 없도록 너의 마지막이 남은 이들의 책임과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빌었다 이렇게 잔인한 봄은 지나가고 있다
파니 리에타르, 제레미 트로윌 감독의 [가가린] 한때 처음이었던 것도 마지막이 된다 헤진 영광은 누더기를 입고 희망의 날갯짓도 필연적인 이해관계 앞에 너무 쉽게 한계에 닿는다 옮겨야만 하나 옮기기 싫은, 옮길 곳이 없는 삶 혹은 옮기고팠지만 뒤돌아봄이 남는 삶 우린 언제까지 지구의 네이티브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야말로 잠시 머물다 가는 지구의 외지인일지도 몰라 빙글빙글 도는 지구에서 멀미나지 않으려면 외지인들끼리 의지하며 살아야겠지
[230421] 장기하 단독공연 '해' 어제 장기하의 단독 공연에 다녀왔다. 실은 이번 주 초부터 몸이 너무 아파서, 그리고 좋아하던 문빈님의 사망 소식으로 인해 멘탈도 좋지 않아 취소하려 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강제 배송 시스템 때문에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등기우편으로 티켓을 예스24 고객센터에 보냈어야 했고 취소하려는 맘을 먹을 당시 취소 기한까지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물론 당근에도 올려봤지만 싼값임에도 불구하고 사려는 이는 없었다. 5일이나 공연을 하는 대혜자 컨텐츠였기 때문이겠지 그치만 결론적으로는 즐거웠다 후회없이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장얼의 음반을 좋아한다. 특히 내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그 앨범은 닳고 닳을만큼 들었다. 최근 혼자 낸 장기하의 음반은 놀라웠다. 공중부양 앨범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