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퇴근길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들었다.
별안간 벅차올라 눈물이 고이는 덕후가 되었다.
1.
빠른 비피엠에 1차 충격
곡의 스토리와 전개에 2차 충격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단어 활용에 3차 충격을 받았다.
아래 단어들이 들으며 추려본 것들. 글을 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 섬광
- 홀연히
- 일망타진
- 의기양양
- 당최
- 관통
- 맥없이
- 하찮은
- 젖히다
- 대대로
- 맥세코
- 치기
2.
마지막 가사도 인상적이다.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을 받아들이려 노력할 지언정 스스로에겐 관대하지 못하다.
그치만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뻔하디 뻔한 사실인데 새삼스럽다.
나에게 속으로 건내기도 어려운 말을 세상 밖으로 선언하는 행위
'난 이렇게 태어난 거야.'
가요를 들으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리만족의 쾌감이었다.
3.
최근 나오는 노래들은 3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이 없다.
십여년 전만 해도 플리 길이를 정할 때 곡당 4분을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최근엔 3분을 기준으로 하면 딱 맞다.
그런데 이 곡은 4분짜리다.
벌써 끝난다는 아쉬움 없이 충분히 할 말 다 하고 서사를 마무리짓고 노래가 끝나는게 오랜만이라 생소하고 만족스러웠다.
4.
한 지인은 이 곡을 듣고 김동률님이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게 긍정적인 의미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이의 영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정도 위치와 경지에 왔으니 새로운 시도를 멋들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김동률 곡의 흐름은 유지하되 (이걸 뭐라고 표현하지... 있잖아요 그 멜로디 전개)
처음 듣는 BPM과 처음 듣는 리듬, 처음 듣는 단어의 활용
이러한 변화가 내겐 너무 멋있고 벅차다
무엇보다 덕분에 춥지 않은 계절에도 들을 수 있는 김동률의 곡이 탄생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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