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을 먹고자 성사된 금요일 밤 종로3가에서의 약속
완냉 후 말로만 듣던 천년동안도에 가 봤다.
한상원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시작도 전부터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즐길 줄 아는 자만 즐길 수 있는 것 같은 고상한 느낌' 같은 것 없이 모두가 웃고 떠들고 신나는 분위기였다.
실컷 떠들고 먹고 마시되, 퍼포머에 대한 예의는 모두 갖추는 관객들
밴드 구성원들의 역량은 두말할 것 없었다.
처음엔 기타 볼륨만 왜이리 큰가 싶었는데 한상원님의 솔로를 들어 보니 그럴만 하구나 싶었다.
잘 모르는 어떤 분야라도, 잘하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잘한다는 게 느껴진다.
한상원님 이외에 드럼 황성환님, 키보드 조승연님, 베이스 최원혁님의 기량도 모두 멋졌다.
음악에 심취해서 땀흘리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경상걸즈,,, (순식간에 지어진 그룹명) 유다은 최혜주 이나빈 님의 목소리도 기가 막혔다.
세 분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들이 각각 달랐는데,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곡들을 노래할 때는 감동에 압도되어
그 음악을 듣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잘 맞고 어울리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찾은 사람들이 부럽고 그를 찾는 과정을 행하는 사람들도 멋진 것 같다.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유진하 님의 목소리도 멋있었다.
주변에 이 정도로 노래 잘 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는 것 같은데? 싶다가도 찾으면 없는 목소리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익숙해서 받아들이기는 좋지만 다른점이 있어서 계속 생각나는 그런 거
선곡이 다양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발라드, 블루스, 펑크, 비밥, 애시드에 생일축하노래까지
근데 재밌는 점은 그 많은 장르의 노래들이 다 사랑 노래였던 것 같다.
인간에게 사랑을 제한 노래를 만들라는 미션이 주어지면 어느 누가 훌륭히 해낼 수 있을까?
만든다 한들 그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에겐 감동이 없을 것만 같다.
글을 쓰다보니 이번 공연이 즐거웠던 건 함께 즐겨준 친구 덕분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순수하게 즐기고 숨기지 않은 행복을 표출해 주어서 나도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이래저래 세상은 살 만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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