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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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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내가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자기가 쓰는 힘의 근원을 알고그 위에 자신만의 고유한 법칙을 쌓아 올리는 것을꼭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도 헤세의 예술가 분류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내가 쓰는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잠시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쌓아올릴 법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뒤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헤쳐야 할 조바심이라는 사안을 떠올렸다.  헤세에 의하면 우리의 두려움은 단 한가지 뿐이라고 한다.'몸을 내던지는 것,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 안전했던 모든 것을 뿌리치고 몸을 던지는 것'내던지고 뛰어들 만큼의 욕심은 없다그런 큰 두려움을 헤칠 용기도 없다다만 조바심은 내지 않을 필요가 있겠다. 작가는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
야마모토 케이의 [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나에게도 남에게도 수치스러운 질투라는 감정 그래서인지 이제껏 질투를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질투의 개념과 여러 철학자의 고찰, 사회와의 연관성까지  몇 백 페이지에 걸친 '질투'를 읽어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질투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 비밀스런 감정이 삶에 미친 영향을 헤아리니  재생산된 수치가 몰려들었다.우선은 수치스러움이 앞서지만  남은 절대 알 수 없는, 나만의 질투를 더욱 깊이 파헤칠수록  되려 질투함과 그의 당함을 줄이고 현명히 진짜 나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책을 접하기 몇 달 전 핸드폰 사용량을 줄이고자 인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다.   이후 떠다니던 마음이 가벼이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는 질투를 ..
마크 베코프의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마음이 유들해지는 시간이었다. 날 선 마음을 준비한 채 첫 페이지를 넘겼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의 ‘플레이 바우’를 떠올리는 무딘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생명이기 때문에’를 ‘마음과 감정이 있기 때문에’로 치환하여 생각하니 쉽게 그리 되었고 동물을 향한 저자의 사랑을 목격한 이상 날을 꺼내들 수 없었다. 덧붙이자면, 수많은 동물들의 감정 이야기들이 ‘귀엽게’ 느껴진 이상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엔딩일 것이라 확신한다. 멋있는 주장이 있는 책이었다. 연역적 탐구만이 과학적 방법이라 여겨지는(진실이 아님에도) 세상에서 귀납적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인지동물행동학자는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주관성에 솔직해지자는 - 동물의 감정을 관찰을 통해 연구하는 방식을 받아들이자는 - 용기 있는 발언을 내뱉는다...
이태준 작가의 [무서록] 우리의 육안이 가장 먼 데를 감각하는 데도 바다다. 구름은 뭉게뭉게 이상향의 성곽처럼 피어오르고 물결은 번질번질 살진 말처럼 달리는데‘허! 어떻게 가만 서만 있는가?’뛰어들어 비어(飛魚)가 되자. 셔츠라도 벗어 깃발을 날리자. 쨍쨍한 모래밭 새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새로 탄생한 사막의 미(美)! 뛰고 또 뛰고…“오-.” “어-.” ”아-.” 소리쳐도, 암만 기운껏 소리쳐도 파도 소리에 묻혀 그 거친 목소리 부끄러울 리 없도다. 바다는 영원히 희랍(希臘)으로 즐겁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종류이든 어려움이 생길 때면 짧게나마 바다에 다녀오곤 한다. 이태준의 [무서록]에 실린 바다>를 통해 내가 바다를 찾는 이유를 마음에 꽉 드러차게 이해할 수 있었다.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시간 순으로 나열되는 잔잔한 삶의 전개 그러나 그 삶으로부터 남는 건 시간과의 무관성 흐르는 강은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리고 또 다시 높은 곳으로 또 낮은 곳으로 결국 그러려니 한다 말을 매개로 하는 표현은 그로써 또다른 해석과 의문과 역설을 꺼내니 어찌 써도 미흡할 뿐 벼리어도 해결될 수 없는, 그러나 존재로 이미 완성된 삶 우리는 늘 항상 Let it be의 뻔한 위대함을 찬탄한다 내가 100년 전 쯤 서양의 독자였다면 끝없는 상상과 고뇌에 깊이 심취했을 지도 2024년의 동양의 젊은이에겐 진부함이 전제될 수밖에 없어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이승우 작가의 [캉탕]을 읽고 [모비 딕]을 읽고 싶어졌다. 허나 방대한 분량에 엄두가 나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못하던 때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여행용 포켓북으로 모비 딕을 발견했다. 사이즈에 비례해서 축약되어 원작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을 테지만 -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네 - 대작의 개괄을 이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하자.  5시간의 비행 동안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고래잡이에 뜻이 있지도 않고, 거친 항해를 시도하고픈 마음도 없다만, 게다가 뱃멀미도 있다만, 비행기의 은은한 흔들림에 바로 잠들어버리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비 딕을 쫓고 싶었고 끝을 보고 싶었다.  자연에의 복수라는 에이헤브 선장의 집념자기최면에 가까운 이 집념은..
이주혜 작가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불안를 떨치고자 하는 자는 걷는다. 그들은 왜 걷는가? 혹자는 걸음으로 과거를 뒤로 차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또 다른 자들은 걷기를 현재를 밟아 과거를 생산하는 일이라 말한다. 걷기는 과거를 과연 삭제하는가 생산하는가 걷는 행위는 땅을 밟으며 뒤로 밀어 낸다. 걷는 행위는 현재를 밟으며 과거를 밀어내며 미래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밟아지는 현재는 새 과거가 되어 버린다. 과거는 남아 있다. 영영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에 추억에 자의적 타의적으로 얽매인다. 걷는 자는 글을 쓴다. 자신의 글, 일기, 엮여 자서전이 될 수 있는 것들 허나 내면의 이야기는 내면이기 때문에 외면으로 드러날 수 없다. 외면으로 드러나는 건 외면이기 때문에 내면일 수 없다. 굳게 비밀을 약속하고 써내려다는 이야기가 있다..
임해영의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요즘 탐조에 빠져 있다. 아무리 사진으로 영상으로 여러 번 봤던 새의 특징, 울음소리, 생활상이라도직접 눈과 귀로 보고 들어야 깊이 새겨진다는 게 재미있다. 직접 봐야 한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생각이 특히 강화되었다. 이 책의 부재는 다음과 같다. 장애여성들이 오롯이 구성한 성과 사랑, 섹슈얼리티의 의미  오롯이 구성했다는 건 장애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았다는 거다. 나는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편협한 매체들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장애인들의 삶, 그 좁디 좁은 시야에 성과 사랑의 키워드가 있었는가? 아니지, 성과 사랑의 키워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해 봤는가? 의외성으로부터..
권혁일 작가의 [첫사랑의 침공]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만화가 그려지는 4편의 로맨스 단편집 첫 단편을 읽고 와 유치해 그만읽어도 되겠다 생각하곤그날 저녁 잠들기 전 책에 손을 다시 뻗었다. TV 돌리다 생소한 만화를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간만에 남의 이야기로 마음이 몽글해지는 경험이었다. 사람과의 엮임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서외계인이나 신이나 간첩(이건 사람인데 사람같진 않잖나)과의 엮임으로 눈을 돌려 본다무진장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게 역설적이다.  인간적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 참에인간적이라는 개념을 인간계 밖으로 뻗어내면 그만이구나 싶다
조병희, 정영일의 [젊게 늙는 사회] 애매하게 아파서 휴가를 낼까 말까 고민할 때면 도대체 아픈게 뭘까 생각한다. 분명히 이정도면 아픈 것 같기도 한데 콕 집어서 병인가 생각하면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갈 만큼의 병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나는 건강한 상태인가? 자문하면 분명히 아닌데 모두가 겪는 스트레스성 어쩌구겠지 생각하면 넘겨야지 싶기도 하고 어렵다 의사선생님이 병이라고 말해주면 건강하지 않은 거고 병이 없다고 말하면 난 건강한 걸까? 건강에 대한 고민이 유난히 깊어진 요즘 좋은 기회에 건강에 대한 '수치화된' 책을 읽게 되었다 개인의 경험을 넘어 범국가적, 아니 범세계적으로 규정된 건강에 대한 정의들과 판정 지표들, 통계 자료들이 다양하게 실려 있었고 수많은 수치들을 '나'에 대입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이 자료에서 어디에 해당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