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들

(20)
최근의 새 에피소드들 탐조 여행을 다녀오고 조류 도감을 사면서 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근 2주쯤, 소소히 즐거운 새 관련 에피소드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1. 국립수목원에 가서 우연찮게 곤줄박이를 가까이서 봤다. 주황색 몸통이 알록달록한 것이 아주 기분 좋았다.2. 뒷산 산책을 하며 흰배지빠귀와 오색딱따구리를 찾았다. 산책하던 강아지가 새를 보고 짖어대는 바람에 빨간 뒤통수의 딱따구리가 내게서 멀어졌다. 산책하는 강아지가 생에 처음으로 미워지는 경험을 하였다.3. 친구가 오묘한 새 울음소리를 들려줘서 이무새(이거 무슨 새야?) 라고 새 커뮤니티에 올려 보았더니 10분만에 댓글로 정답이 달렸다. 정체는 검은등뻐꾸기였다. 네박자로 우는 뻐꾸기라니. '뻐꾹뻐꾹' 뻐꾸기가 아닌 '뻐뻐뻐꾹' 뻐꾸기4.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영상 내 효과..
명반100을 둘러보며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20주년을 맞아 2000년대 한국 명반 100선을 내놓았다 아름다운 음반들이 가득하다 다들 한번 봐봐요들 https://www.ebs.co.kr/space/bestalbum/albumList EBS SPACE 공감...www.ebs.co.kr:443 목록을 찬찬히 훑어보니 마음에 습기가 찬다 신보 발매 소식에 돈을 모아 신촌에 가서 소중히 사들고 귀가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지나간다 부클릿 속 이미지 하나 글자 하나 곱씹으며 살펴보고 망가지지 않은게 용할 만큼 CDP를 돌리고 또 돌리고 결국 알판을 고정하던 이빨이 다 부러지고서야 후회하던 한정된 콘텐츠에도 마음은 감성은 최고로 풍족했던 것 같다 목록을 보며 유난히 반가웠던 앨범 세 장과, 최애 수록곡을 하나씩 소개해 볼까 한다 (이..
흑두루미들은 머나먼 비행에 어떤 생각을 할까 여느때처럼 인스타로 귀여운 앵무새를 탐하던 어느날 운명처럼 탐조여행 광고가 내 피드에 올라왔고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그날 바로 신청을 해버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만고의 진리이다. 알고 보니 서울서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정말 많은, 다양한, 신기한, 생각지도 못한, 아름답고, 귀엽고, 토실한 새들이 있었다 [흑두루미 탐조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프로그램이기에 흑두루미만 잔뜩 보겠지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탐조 경험 전무한 쪼렙이 쌍안경 하나로(실은 인솔자 선생님의 멋드러진 망원경 덕도 보긴 했음) 1박 2일간 순천만 습지에서 발견한 새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흑두루미 댕기물떼새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검은목두루미 큰기러기 털발말똥가리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왜가리 검은머리갈매기 비오..
이향익씨가 그리워 십여년 전 한국 인디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을 시절 [더 핀]이라는 밴드를 좋아했었다. 무심한 듯 섬세한 가사들과 당시 환장하던 브릿팝에 가까운 멜로디컬한 곡의 전개는 갓 20살인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러던 2012년쯤, 밴드의 기타리스트 이향익씨가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독 충격이 컸다. 나와 큰 연결점이 있던 사람이 아님에도 20대 초반 나의 마음에 손에 꼽을 만한 사건으로 기억될 만큼. 젊음과 청춘을 노래하던 삶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인가 괴로웠다 허무했다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던 노래들이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리는 노래들로 바뀌어 버렸다. 언젠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렇게 당연하듯 그는 잊혀지고 시간은 흘렀다. 애플뮤직이 추천해준 덕..
우린 여기서 어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거냐? 홍콩에 다녀왔다. 만만한 프렌차이즈 호텔에 머물렀는데 일정을 마치고 호텔방로 귀가하는 엘리베이터에 어려보이는 한국 친구들과 함께 탔다. 다음은 그들의 짧은 대화다. "야 해외여행에 오면 견문이 넓어진다고 하잖아?" "그치." "근데 우린 여기서 어떤 견문을 넓힐 수 있는거냐?" "ㅋㅋ" 저 질문이 뇌리에 박혔다 견문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보거나 듣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을 의미한단다. 여행에서는 보거나 들을 거리가 아주 많다. 특히나 해외 여행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들리는 모든 언어가 새롭고,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과 생활상과 나무들이 신기하다. 이를 깨달음과 지식으로 잇는 것이 거창하게 느껴질 순 있겠으나 깨달음이 항상 특별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문득 든 감정과 생각이 깨달음이고 눈..
노래를 잃은 꿀빨이새 유니버스 최근 새의 깃털에 대한 뉴턴지를 읽다가 초록색꿀빨이새 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새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꿀을 잘 빨면 이름이 꿀빨이새일지 싶어 구글링을 해 보았는데 충격적인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꿀빨이새들이 노래하는 법을 잃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아기 꿀빨이새들은 어른 꿀빨이새로부터 지저귀는 법을 배우는데, 급격한 개체 수 감소로 뉴비 새들이 노래를 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노래를 배우지 못하는 새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힘들고 짝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심지어 개체 수가 적은 지역에 사는 꿀빨이새들은 꿀빨이새가 아닌 개체에게 노래를 배워 다른 종의 노래를 부른다고도 한다 (!!) 다른 소리를 내면 힙하고 멋지잖아? 는 과도한 긍정회로다. 인간이 말 못하고 야옹거린다면 누가 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듣고 이틀 전 퇴근길 김동률의 신곡 [황금가면]을 들었다. 별안간 벅차올라 눈물이 고이는 덕후가 되었다. 1. 빠른 비피엠에 1차 충격 곡의 스토리와 전개에 2차 충격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단어 활용에 3차 충격을 받았다. 아래 단어들이 들으며 추려본 것들. 글을 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섬광 홀연히 일망타진 의기양양 당최 관통 맥없이 하찮은 젖히다 대대로 맥세코 치기 2. 마지막 가사도 인상적이다. 별에게 맹세코 절대 순간의 치기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거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을 받아들이려 노력할 지언정 스스로에겐 관대하지 못하다. 그치만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뻔하디 뻔한 사실인데 새삼스럽다. 나에게 속으로 건내기도 어려운 말을 세상 밖으로 선언하는..
서커스를 배우다 서커스 워크숍에 다녀온 지 이틀이 지난 (근육통에 시달리는) 오늘 즐거웠던 기억에 대해 무언갈 남기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글링이라는 엄청난 개인기를 하나쯤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과 언제 서커스를 하는 사람과 만나보겠냐는 궁금함으로 참여한 워크숍 전자의 목표는 처참히 실패했으나 더 많은걸 얻은 두 시간이었다. 집에서 귤로 연습하라는 선생님의 말씀 이어가 볼게요 서커스를 배우는 동안.. 그냥 서로의 손을 잡고 그냥 공을 던졌다가 잡는 것인데 웃음이 계속 났다. 모두가 말 그대로 내내 웃고 있었다. 모르는 이의 눈을 바라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어색함이 반가움으로 바뀌는 차츰의 눈빛들이 너무 예뻤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에너지가 멋졌다. 모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사..
못함을 연습하기 어린 시절부터 크게 못하는게 없었다. 공부도 잘 했고, 음악 시간에도 체육 시간에도 늘 잘 하는 학생이었다. 한 가지 못하는 것을 꼽으라면... 사실 한 가지도 아니네 손재주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없다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해야 하면 남학생들과 함께 남아서 과제를 해야 했고 미술 시간에는 늘 자신없는 작품을 내놓아야 했다. 이후 쭉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는 삼가며 살아왔고 그래서인지 미술적인 / 오브제 창작의 재능에 대한 로망과 함께 '난 못하겠지' 라는 결여된 자신감이 늘 함께했다 그런 나는 몇 달 전부터 도자기 공방을 다니고 있다. 이런저런 상황이 맞아떨어진 덕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을 찾고자 하는 나름의 도전이기도 했다 공교하지 못함은 진작 드러났어도 뭐라도 만들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에 숨..
문빈의 추모공간에 다녀온 뒤 각자의 사연이 얽힌 편지들과 그에게 주고싶던 맛난 간식들 하염없이 자리를 지킬 사람들을 위한 물과 간식 관리안된 꽃들의 향과 비린내가 섞인 곳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의 마음도 정말 헤아릴 수 없다 싶었다 아름답고 기이했다 이것마저 팬문화인가 싶기도 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빈이에게 잘 가라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맘속으로 건냈다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되 아주 흐리게만 남아달라고 인사했다 추억은 하되 짙은 슬픔에 매몰되는 이가 없도록 너의 마지막이 남은 이들의 책임과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빌었다 이렇게 잔인한 봄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