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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240221] 블랙컨트리 뉴로드(Black Country, New Road) 내한 공연

유난히 공연 며칠 전부터 떨리고 설렜다
Live at bush hall 앨범을 계속 돌렸고
내가 모르는 미발매곡이 있을까 온갖 라이브 영상을 찾아봤다. 
공연 전날 밤엔 작년 글래스톤베리 공연 풀영상을 집중해서 감상했다. 
제대로 이해 못 할 가사도 한 곡 한 곡 다 살펴보고 따라도 불러 봤다. 
예습하고 예습할수록 메이언니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오후 반반차를 내고 4시 퇴근만을 기다렸다. 
회사 동료들이 내게 웬일로 상당히 행복한 표정이라고들 했다.
역시 사랑과 재채기는 숨기지 못하는 것인가...
 
홍대에서 일행과 일찍 만났다. 
입에 귀에 걸린 걸 보니 그도 분명 나와 비슷한 상태였다. 
들뜬 상태의 2인은 예열을 핑계로 맥주를 (생각보다 많이) 마셨고
그 덕에 더욱 더 들뜬 상태가 된 2인은
눈비를 뚫고 무신사개러지로 향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이 Up song이 아닌 Dancers라는 예상 밖의 전개에 입을 틀어막았다. 
댄서스 스탠드 베리 스틸온더 스테이지... 댄서스 스탠드 베리 스틸온더 스테이지... 
댄서스 스탠드 베리 스틸온더 스테이지... 댄서스 스탠드 베리 스틸온더 스테이지... 
 
그 후로는 콕 집어서 말할 만큼의 어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메이언니(아님)가 잘 보였던 나의 시야



6명의 연주와 가창은 완벽했고 
이 날의 12곡들은
마음의 부풀어오름이 목끝에 닿아 숨을 크게 내쉬어야 할 만큼
그만큼, 너무도 아름다웠다. 
 
2023년 6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들의 공연을 봤을 때는
뭘 알지도 못한 채 
공간을 감싸는 거대한 기운에 눈물을 흘렸었다. 
 
2024년 2월 한국에서 두 번째로 본 이들의 공연에서는 
이제는 뭘 좀 알 듯 했는지
멤버들의 표정, 떨림, 땀방울과 그들 간의 교감이 보였다.
 
노래가 끝난 뒤 미소지으며 객석을 바라보던 메이의 눈빛과 입꼬리
안경이 날아가랴 혼신을 쏟던 찰리의 상기된 얼굴 (테라는 입에 맞았을지)
타일러의 부서질듯한 손짓과 목의 떨림
 
쌓아올려지는 음악이 점차 거대해질수록 
섬세함에 대한 감탄은 익스포넨셜하게 상승했고 
작년 여름과는 또 다른 감동에 이내 먹먹해졌다. 
 
공연의 절반은 부쉬홀 라이브 앨범의 수록곡이었고
나머지는 미발매곡들이었다. 
 
I Won't Always Love You나 The Wrong Trousers를 듣지 못한 건 물론 아쉬웠지만
인트로를 변형한 Across the Pond Friend나 
Turbines/Pigs에서 Up Song Reprise로 넘어가는 감쪽같던 새로운 연결은 엄청났고
(Dancers에서의 연결이 아니었다는 걸 무려 공연 끝나고 일행이 말해줘서 알았네)
 
24/7 365 British Summer Time과 Nancy Tries to Take the Night, Horses 라이브도 끝내줬다.
 
예습했다고 했지만 아직 잘 모르겠던 미발매곡들도
모두, 모두
빠짐없이 좋았다. 
더할나위 없었다. 
 
자세한 셋리는 아래 참고
Black Country, New Road Concert Setlist at Musinsa Garage, Seoul on February 21, 2024 | setlist.fm

 

Black Country, New Road Setlist at Musinsa Garage, Seoul

Black Country, New Road Gig Timeline

www.setlist.fm

 
마지막을 위한 완벽한 곡,
Up Song Reprise로 공연은 끝이 났다.

사랑스러운 그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이들도 원모어쏭은 없었다. (최근의 추세라고 해 두자)
관객들은 아쉬운지 한참을 공연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나는 아쉽지는 않았다 충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대신 배가 고팠다.
객석의 밀도가 높아 공연장에서의 큰 움직임은 없었(사실은 불가능했)으나
음악 속에 있던 것 만으로도 꽤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 듯 했다.
 
다행히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연신 감탄하면서 또 감탄하면서
또 다시 맥주를 마시러 갔다.
피자 한 판과 함께 블랙컨트리뉴로드 추앙과 함께 
어쩌면 공연 전보다 더 들뜬 상태로 긴 긴 수요일 밤을 떠들었다.
 

BCNR Friends Forever했으면 좋겠다
여유가 된다면 나도 좀 껴주면 좋겠다
그정도 여유까진 힘들다면 서둘러 새 앨범을 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