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람스와 생상스 공연 이후 부천아트센터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주 선보이고 있었는데
2023년의 마지막 날에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는 공연이 있다길래 가족들 표를 예매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파가니니 / 카르멘 모음곡 / 투란도트 / 위풍당당 행진곡 등
마지막 날의 훈훈한 공연이니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곡들로 꾸려져 있었다.
아는 곡들이라 쉽게 즐길 수 있었다.
새해 전야여서일까 콘서트홀의 공기가 가벼웠다. 연주자들도 모두 들뜬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오케스트라 단원분들끼리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게스트와 지휘자들의 인사하는 모습도 다른 공연들보다 더 인간미가 느껴졌다.
느슨한 모습이 연말다웠고 모두가 편안한 시간이었다.
최수열 지휘자님의 지휘는 인간미가 느껴졌다. 어떤 감정을 담아 지휘하는지 느껴지는 손끝이었다.
그의 통솔 하에 만들어지는 음악은 매끄러웠다.
액체 형태의 기름이 아닌 버터같은 고체 형태의 기름이 발린 느낌이었다.
묵직하고 부드럽고 풍미있었다.
지휘자님은 공식적인 연주가 마무리된 후 각 악기 세션마다 모든 단원들이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셨다.
따뜻한 연말이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박수가 지치기는 했지만) 한 해동안 수고한 연주자님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힘있는 연주와 몰입한 표정이 좋았다.
연주가 끝날 때가 되자 잘생겨보이는 효과가 허허
원래 예정된 연주 이외에도, 마지막 날의 선물처럼 잔잔한 한 곡을 더 연주해 주셨는데 그 모습이 따뜻했다.
소프라노 홍혜란 님과 테너 정호윤 님의 노래는 놀라웠다.
특히 홍혜란 성악가님, 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성량에 띠용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진 기억 상) 성악 공연은 처음 보는 듯 했는데, 성악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수십 대의 악기 소리를 뚫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간을 울리는게 대단했다. 사람이란 엄청나구나
손짓과 표정도 매혹적이었다.
성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이보다 좋은 악기는 없구나. 언제 한 번 성악 공연을 보러 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 상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나니 열두시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부천시에서 마련한 훈훈한 시민 인터뷰 영상과 아나운서의 훈훈한 멘트가 남은 시간을 메웠다.
그리고,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로 나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했다.
10, 9, 8, 7, 6, 5, 4, 3, 2, 1 해피 뉴이어!
가족들과 손을 맞잡고 새해의 행복을 빌었다. 모두 함뿍 웃고 있었다.
앵콜인 위풍당당행진곡의 하이라이트와 함께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위풍당당 행진곡 맛집이다. 진짜 잘 한다.)
12시가 넘어 끝난 공연, 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가족들과 정류장까지 달렸다.
달리며 남아 있던 액운을 다 날려보냈고, 막차를 탔다.
위풍당당하고 활기찬 2024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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