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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250119] betcover!! "uma tour 2" in Seoul 벳커버 내한공연

작년 아팝페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betcover!!
(그날의 야메떼... 야메떼...는 아직 생생하다.)
그의 단독공연에 다녀왔다.
그새 입소문이 난 건지 이번 공연은 현장판매 없는 매진이었다.

입장하니 대기 시간 동안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말 소리라는 건 공연장에서 생전 들어본 적 없기에
'이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시작부터 확 들었다.

근데 하필 이 날 아침에 TV동물농장에서
폐마(퇴역한 말을 폐사시키는)에 대한 내용을 시청했던지라
마음 한 켠은 울적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힘차고 비장한 생명체가
인간에게 쓸모가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비참하게 아사하는 괴리
강한 모든 것은 자본이라는 욕심 앞에서 약해진다.

여튼 공연도 비장했다.
시작과 함께 우마 앨범의 곡들이 쏟아지듯 펼쳐졌고
소리의 솜뭉치 안에 기분좋게 낑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조의 밀당 사운드는 솜뭉치의 밀도를 자꾸만 변화시켜
지루할 틈 없이 만족스러운 기분을 선사했다.

작년 아팝페는 야외였고 덥고 습한 날이었기에
음악적 디테일보다는 비주얼과 열기 광기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이번 내한 공연은 연주의 디테일 퍼포머의 역량 그리고 소리에 포커싱하게 되었다.

음향도 좋았고 악기 하나하나의 연주는 정교했으며
프론트맨의 광기서린 지휘도
그에 맞추어 강약을 조절하는 연주자들의 폼도 탁월했다.
덧붙여 거의 모든 곡들에 음반과는 다른 편곡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점이 공연을 보는 재미를 끌어올렸다.

프론트맨인 야나세 지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쪼를 지니고 있다.
처연하나 허세롭게 느껴지지 않는 그만의 중심잡기의 능력은
알렉스 터너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에 남는 건
초록빛 조명과 헝크러진 머리와 읊조리는 가사와 발구르기.
초인(超人)을 연주하는 그는 정말 초인같아 보였다.

게다가
공연을 함께 관람한 사람이
일본어 까막귀인 나에게 가끔 가사를 한 문장씩 해석해 주곤 했는데
들어보니 야나세상 아주 로만티크한 사람이었다.
이런 음악에 이렇게나 낭만적인 가사를 붙인다니
이 사람은 도대체 생을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키 때문이니 누굴 탓하리)
그들이 던지는 멘트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영어인지 일본어인지도 구분이 안되던디)
어느 한 곡도 라이브가 어울리지 않는 곡이 없었고
무대 위의 출연자들이 '다 쏟아냈다'는 감상을 받았으니 충분했다.

이들 덕분에
살짝 잠잠해졌던 나의 공연관람의 열정이
살짝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

조명 사용도 참 좋았다
흑백 필터 입힌 건 아닌데 이 때는 음악도 조명도 기분도 모두 회색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