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나 지나 야악간 낡아버린 기억을 더 낡기 전에 기록해 보고자 한다.
어느날 애플뮤직 추천에 떠버린 Holy, Holy를 별 기대 없이 들어 보았다가
귀가 뜨여 뮤비를 보고 또 돌려보고
내한공연이 뜨자마자 예매를 해버렸다.
조디그립의 이전 팀인 블랙미디는 너무 난해해서 힘든 경향이 있었는데
솔로로 낸 [The New Sound]는 아주 듣기 좋았다.
브라질 냄새가 솔솔 나는 라틴에 변칙적인 재즈에 강렬한 락 사운드에
살랑이다가 쾅쾅거리다가 사그라들었다가 폭발하는
이걸 퓨전이라고밖에 못부르는 내가 미운데 여튼간에
말 그대로 '뉴-사운드' 의 느낌이었다.
목요일 저녁, 기대감을 잔뜩 안고 작고 소중한 롤링홀에 입장했다.
조디그립의 음악이 특이하니만큼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
남성 비율도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래서 조금 곤란한 점들도 있었는데...
그들만의 즐기는 방식이라 생각하고 너른 마음을 가져 본다.
차치하고 공연은 한 단어로 [징글징글]했다.
멀끔한 수트 차림으로 올라온 - 마냥 어려보이던 - 조디 그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광기 어린 사람으로만 보였다.
1. 징글징글(negative)하게 길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나못해 넘쳐나서 근 160분을 공연했다.
그가 낸 단 한 장의 앨범 전체 길이가 1시간밖에 안되는데
모든 곡을 편곡을 해서 늘여 놨다.
심지어 후반부 몇 개 곡은 20분씩 연주한 듯.
퇴근 후 보는 평일 공연에서 고봉밥에 고봉 반찬은 까지는 너무 버거웠다.
10시가 지나자 내 방 침대가 너무 보고싶었다.
2. 쥐락펴락 카리스마도 징글징글(positive)했다.
Terra를 연주할 때는 카리브해의 미풍에 설레다가
Holy Holy를 연주할 때는 어둑한 서두름에 숨이 가쁘다가
Motorbike가 길어질 때는 정신이 혼미해지다가
침대가 그리워질 때쯤 The Magician을 연주하는데
그걸 보고 듣자니 이유없이 과거가 스치며 벅차올랐다.
대게는 공연을 보면 느슨히 울리는 맛이 있는데
이 공연은 울리기보단 곡마다 어떤 이미지가 선명히 박혔다.
이건 결국 조디그립만이 가진 카리스마 때문이지 않을까
3. 연주력과 목청이 징글징글(positive)했다.
기타 정말 잘 친다.
세션들과의 잼 형식의 연주도 징글징글하게 (길고) 멋드러졌다.
무대 위에서 몰입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일종의 대리 쾌락으로 느껴지는데,
그러한 측면에서는 최상급 공연이었다.
라이브 목소리도 매력적이었다.
자꾸 기침을 하는 것으로 보아 목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음에도
아주 목청이 쩌렁쩌렁했다. 이런 식으로도 노래를 잘 할 수 있는거구나! 싶었다.
공연이 끝나자 일부 사람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러저러한 징글징글함에 기가 쏙 빨려버린게 나 뿐은 아니었나 보다.
조디그립은 공연 내내 유일하게 배운 한국어인듯 한 "됴타(좋다)"를 외쳤다.
나도 (다음날 피로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꽤나 됴았던 것 같다.
다만 그가 다시 내한한다면? 그땐 좀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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