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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240802]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IPRF 2024 - Day 1

여름이 돌아왔다!
나의 첫 펜타포트는 2014년이었으니 꼭 10년째다
 
매해 더워지는 계절의 야속함에 곤란했지만 올 해도 끝내주게 잘 놀고 왔다. 
따끈한 기억을 글로 남겨 보자.
 
금요일 첫 날, 브로콜리너마저 시작 전에 도착했다.
매년 돗자리를 깔던 메인과 서브스테이지 사이의 언덕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갈 곳을 잃고
VIP존 앞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이후 락페 유입러가 많아져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사람이 많다는 건 쓸데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이게 맞음 반박 안받음



펜타 인스타 댓글창을 열면 살벌한 불만러들이 가득한데 
뭐 그렇게 욕할거면 지들이 운영하던지 싶은 류의 방구석 전문가님들이 한바가지다
그렇게 싫으면 오질 말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네
불만 없이 즐거이 놀기만 해 오던 고인물은
인파에 치이고~ 불평에 치이고~ 뉴비들의 자아도취에 치여~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뭐 여튼간에
자리를 잡고 닭꼬치를 사먹었다 
F&B 맛없다고 욕하는 놈들도 있던데
펜타 닭꼬치 맛있는건 아주 오래된 전통이라고 자부한다
 

카스도 송도 잔디밭에서 먹는게 최고맛있다



후딱 먹고 브콜너를 보러 나왔다.
2000~2010년대 인디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 중 브로콜리너마저를 안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보통의 가사와 보통의 멜로디가 주는 단단한 위로는 상당히 강직하다
류지님이 부르는 앵콜요청금지는 너무 (음악도 비주얼도) 아름다웠고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코러스에 모두가 둠칫거리는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류지씨 이날 너무 예뻤다



브콜너가 끝나고 웨이브투어스 찍먹하다 입맛에 안맞아 toe를 보러 갔다.
흰 배경으로 시작된 연주는 파란색 보라색을 지나 시뻘건 색이 될 때까지 달려나갔다
네 명이 옹기종기 모여 좡좡거리는데 한 마디로 미친 연주였다
몰입감이 놀라웠다 이분들 안압이 걱정되고 관절이 걱정되었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 멋진 연주 보여주시길 
 

드럼의 노란 조명 무슨 연주의 신 같았다



이후 잠시 새소년을 보러 갔다.
6년째 출석이고 다음 앨범 나올때까진 펜타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데 앨범은 나올 때가 애진작에 넘은 것만 같아요 
황소윤씨의 스타성은 날로 높아져만 가는 듯한데 공연의 맛은 떨어지고 있었다
별 감흥 없이 킴고든으로 넘어갔다
 

새소년을 보러 온 사람들


킴고든은 소닉 유스 곡 없이 솔로곡만 한대서 한 20분만 보고 집에 가야징~ 의 마음으로 갔는데
이게 웬 걸
두세 곡 보다가 홀린듯 앞으로 전진했다 더 가까이에서 더 격하게 홀리고 싶었다
새소년이 10분 정도 딜레이해서 킴고든의 1~2곡 가까이 사운드 방해가 있었는데
이건 아니지 소윤씨 아무리 피크 물고 날 꼬셔봐라 나 이제 공연 안 볼란다 다짐했다
 
앞으로 전진해서 본 킴고든의 무대는 가히 최고였다
거대한 사운드로 쾅쾅 박히는 트랩 리듬에 온몸이 흔들렸고
주술을 거는 듯한 킴고든의 읊조리는 랩(인지 노래인지) 사람을 홀리게 했다
붉은 조명 아래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감탄이 나왔다 악보를 넘기는 손짓까지도 멋 자체였다
 

불도 나오고요
새틴셔츠에 셀린느 복서브리프 개멋있다구용



70세가 넘은 나이에 대단하다! 가 아니라 그냥 너무나도 대단한 거였다
앰프 근처서 베이스를 흔들며 노이즈를 와아아오아아아ㅗㅇ앙 만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적어도 10년 동안 펜타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바이브였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에게 말했다
"나 내일 안와도 될 것 같은데?"
(아님.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감)
 

아맞다 그 사이에 드론쇼도 있었다 올 해도 뭐 그럭저럭 귀여웠다



이날의 헤드라이너는 턴스타일
평소 펑크(훵크 아니고)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고 예습에도 감흥이 없던지라 설렁설렁 보러 갔다
시작부터 엄청난 에너지의 무대였는데 역시나 나는 즐기지는 못할 무언가였다 
두세곡 봤을까 집으로 런했다 
후기를 보니까 후지때처럼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던데 그 모습을 실제로 봤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집에 와서도 고든 언니의 BYE BYE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짧게 촬영해 둔 몇 개 영상을 열심히 돌려보다 잠들었던 것 같다
올 해의 펜타포트 아주 만족스러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