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지 3주가 지나서야 뻔뻔하게 작성하는 후기
마이엔트메리 하면 당연히 공항가는길이고 그가 실린 앨범이 Just Pop이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Drift이지만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평단에도 인정받은 앨범은 단연 저스트팝
타이틀 그대로 정말 잘 만들어진 팝 음반이다.

2004년에 발매되었으니 올 해로 20주년인데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20년 전의 창작물을 올드함 1도 느끼지 못하고 아직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공연은 말해 뭐해
듣기 좋았고, 신이 났고, 간혹 울컥했고, 상쾌했다.

라이브로 가장 듣고싶었던 노래는 <싫증>이다.
누구도 해결 못할 일, 나 또한 해결 못할 일
하지만 어쩔 순 없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
넌말야 나에게도 너에게도
힘든일 따라다니는 것 같지만
세상 누구도 똑같은걸
그냥 넌 잘하고있어 라고 생각해
틀린 얘기는 아니야
무언가의 비유도 없고 멋들어진 단어도 없지만
멤버 3명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담담한 가사를 듣고 있자면
알 수 없는 힘이 안으로 들어오고 더운 기운은 내뱉어지는 느낌이 든다.
여튼 이를 라이브로 들었고
나에게도~ 너에게도~ 를 외쳐 부르며
최근의 상념들을 잠시나마 걷어찰 수 있었다
더군다나 노래의 한 소절을 맡는 드러머 정준님이
자신도 이 곡을 좋아한다고, 듣다보면 울컥한다고 말해주길래
왠지 더 마음이 좋았다.
원곡자와 같은 감정을 가진다는건 특별한 경험이다.
그냥 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나저나 이번 공연에서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 아저씨들 진심인지 장난인지 분간이 되지 않기는 하는데
다음 공연의 컨셉으로 '관객이 노래부르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단다.
자기들은 연주와 코러스만 하고, 관객들이 노래를 하는 그런...
마침 공항가는길 연주 전이라 컨셉 시운전을 해 봤는데
정말 어이없고 뿌듯하게도 너무 완벽한 떼창으로 완곡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당연히 순용님 목소리로 한번 더 들려주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심지어 이런 식으로 한 곡 더 했는데
내게머물러였나... 기억이 가물하지만 그것도 깔끔한 완창이었다.
여기가 노래방이야 콘서트장이야
신개념 돈 받고 가야하는 관객 주도형 가라오케 콘서트
이번 공연의 관객들이 너무 잘 불러준 바람에 실현이 될까 무섭다
물론 이 경험히 싫었단 건 아니고
그저 웃기고 (황당하고) 재미있었다
요즘은 콘서트 가서 신나게 가사 따라부르기도 눈치보이는 세상이다
눈치 보지 않고 열창할 수 있는 기회가 속시원했다
한시간 반 여 신나게 달렸다
물론 내 시야가 아주 좋지 않은 탓에
고개를 뻐끔거리느라 편안하진 못했다만 기분은 편안했다.
편한 사람들 곁에서 편안하게 몸을 흔들고, 마음껏 노래 불렀다.

아마도 작년과 올해를 합해서 가장 많은 공연을 본 게 마이엔트메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치만 아무리 봐도 질리질 않는다.
서핑이라면 멋내야 해서 계속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파도타기는 보드만 있다면 부담없이 해도 될 것 같지 않나?
마이앤트메리는 내게 서핑이 아닌 파도타기다
우린 언제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우리가 내려질 곳은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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