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빌린 책인데, 이 책 딱 30페이지만 지금 읽어 봐."
라고 남자친구가 내게 책 한 권을 건냈다.
받은 자리에서 홀린 듯 읽었다.
"와 이게 뭐야?"
집에 와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토머슨]이라는 개념은 부동산에 붙어 있어 '아름답게' 보존된 '무용'의 장물을 말한다.
(이름의 유래가 책 전반의 '킥'이니 여기선 설명하지 않을래)
아름다움이나 깨달음을 주기 위함이 존재의 이유가 되는 예술품과는 달리
토머슨은 아름답지만, 그가 존재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유 없이 존재하지만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책은 오랜 시간 [초예술탐사본부 토머슨관측센터]로 보고된
수많은 무용의 문, 무용의 벽, 무용의.. 무언가들을 소개한다.
나름의 규칙에 따라 ~Type으로 분류된 수십의 토머슨들이 쌓이고 쌓여
토머슨은 재미있는 일상의 발견을 넘어
미학이라는 학문에 귀속되었고, [토머스니안]을 배출시켰다.
책을 읽은 누구나 분명히 토머스니안이 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거다. (내 얘기)
주변을 살펴보게 되고
무쓸모와 쓸모의 차이를 생각한다.
아름다움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어느새 나도 무용의 고민을 한다.
명확함이 없음에 되려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고
그를 뛰어넘어 중요한 점은, 분명 "재미있다"는 거다.
얼마 전 수원역 부근에서 토머슨이지 않을까 싶은 장물을 발견했다.
첫 계단의 바닥에 닿은 왼쪽 부분이 50도 가량 기울어져 썰려 있다.
그 부분에 무언가가 있었다 해도, 저 모양대로 제거하는 게 더 어려웠을 테다.
그 부분으로 발을 디디는 사람은(물론 발이 아주 작아야 가능하겠다.) 불안감과 함께 등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유없는 모양새가 분명하다.
계단의 왼쪽에 위치한 과하게 산뜻한 연분홍의 얇은 벽과
계단의 오른쪽에 위치한 어색한 높이의 창문 덕에
분명한 이상한 형태임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눈에 한 번 띈 이상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묘한 불편함이 본 적 없는 형태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몇 달 간의 나의 경험 상 토머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발견한 토머슨을 [초예술탐사본부 토머스관측센터]에서 토머스라 인정해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특별했고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주위를 살피는 호기심은 주변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모두 토머슨을 찾아 보자.
++
내용과 별개로 책이 예쁘다. 제본이 멋지다. 멋진 책을 좋아한다면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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