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에픽하이 2집을 처음 접한 초딩 시절 이후로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 물으면 고민 없이 '에픽하이'라 답해왔다
나의 10대 시절은 분명히 에픽하이였다.
사랑의 시작이 2004년이니, 나로선 그들의 팬이 된지 19년째다.
삶의 절반 이상을 그들을 사랑해왔다는게 새삼 신기한 요즘,
오늘은 20주년 콘서트의 막콘에 다녀왔다.
오랜 하이스쿨 동지인 금손친구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관람했다.
에픽하이 콘서트라면 매해 출석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첨이었다.
덕분에 사랑하는 정식씨의 잘생긴 얼굴을 3시간 내내 열심히 쳐다보다 왔다.
이상하다. 진~짜로 잘생긴 것도 아니다만 뭔가 세뇌당한듯 투컷이 잘생겼다고 생각해왔다. (미남라이팅)
여튼간에
시작하자마자 1집부터 10집까지의 앨범커버가 주루룩 지나가는걸 보고 나니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올라왔다.
그들에게 우여곡절이 많았어서인지, 그들의 노래와 눈물흘렸던 지난날들이 스쳐가서인지, 그저 그 자체가 나의 과거였어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에픽하이는 그런게 있다. 뜨겁고 무거운 감정.
그 감정을 잘 부여잡고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박규봉이라는 역사에 남을만한 요상한 응원봉들이 눈앞에 수백대가 보였기 때문에 울망이던 감정선은 금방 사라졌다.
그 봉.... 정말 취향이 아니다. 맨손으로 풋쳐핸접을 하고 다같이 박수를 치던 그때가 그립다.
결국 어느 정도는 즐겁고 어느 정도는 우습고 어느 정도는 생각에 잠기며 공연을 관람했다.
구구절절 쓰다보면 포스팅이 길어지고 나도 잠을 못잘 것 같으니 나머지 하고픈 말들은 간략히 적어볼란다.
- 새삼 히트곡이 상당히 많다. 놀라지 않을 때도 되었는데 여즉 놀랍다.
- 그 곡들이 대게 다 너무 좋은 것도 놀랍다.
- 10년도 넘은 노래들을 3시간 내내 거진 따라부를 수 있는 나도 놀랍다.
- 오래 전부터 그들은 '힙합하는 할아버지가 될거다'라고 말했었는데 지금같은 행보라면 가능할 것 같다.
- 20주년 기념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일은 너무 즐거웠다. 생일축하합니다 에픽하이와 하이스쿨
- 고 / 하이테크놀로지 / 연필깎이 / 사진첩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제3의 멤버 윤하씨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 (참고 - 제4의 멤버가 투컷)
- 가장 여전하면서 꾸준히 멋있어지는건 미쓰라인 것 같다. 자랑스러운 막내멤버
- 매번 같은 느낌의 연출과 셋리 흐름이 뻔하기도 하고.... 근데 한편으로는 이게 제일 재밌고 감동적인건 사실이다. (뉴뷰티풀, 돈헤잇미 연출은 특히)
- 진심의 감사함을 표현하는 타블로의 눈물은 회식하는 아저씨같아서 웃기다가도 찡했다. 그의 감성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나보다.
- 20년을 넘어선 21년을, 21년으로 삼지 않고 새로운 1년으로 삼겠다는 그들의 포부. 고마웠다. 새로운 음악을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짜릿하다.
- 여러 이유로 연말 느낌이 전혀 없는 12월이었는데, 이들에게 받은 연말 인사들로 말미암아 오늘 12월 17일부터 나에게 연말이 시작되었다. 또렷하고 즐거운 남은 23년을 보내야지.
- 이러나 저러나 결국, 좋다.
- 아맞다 후디 좀만 더 만들어주세요 나도 사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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