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제주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편치 못했다.
뒤에서는 내 허리를 쿡쿡 찌르고
옆자리 사람은 창가 자리인 내 앞으로 손과 핸드폰을 뻗으며 창밖 사진을 찍어 댔다.
그는 왜 그랬을까 생각한다.
창밖 풍경은 경계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면이 없다면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나 보다.
사람들은 경계 없음을 갈망한다.
하늘이 없었으면 하기에 하늘을 날고파 하고
바다깊은 곳이 없었으면 하기에 바다를 헤엄치고자 한다.
갈망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못한다. 신경쓰지 않고 담고자 한다.
우리에겐 땅이 있다. 땅이 있기에 땅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하늘과 바다는 우리의 기준이 아니다.
하늘과 바다을 터전으로 삼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찾으러 다닌다.
기준이 아닌 것을 나의 기준으로 삼고 싶어 하는 마음,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겠지?
혹시 아닐까? 그렇다면 왜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삼나요?
나에게 묻는다. 나는 왜 하늘을 터전으로 삼는 이들을 쫓는가?
(일단 귀여우니까...
숙소 근방 책방에 가다가 동박새를 보았다.
흔하게 볼 수 있다고들 하던데 적어도 난 도시에서 본 적 없는 새다.
서점 근방의 큰 나무 가지 위에 연두색 귀염둥이가 앉아 있었다.
눈가에는 흰 쉐도우를 칠하고, 까만 아이라인을 강렬하게 그려 두었다.
아 동박새. 동백꽃이라는 타이틀 마저도 아랫녘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나는 그들이 반갑고, 그렇기 때문에 하늘을 동경하기를 멈춘다.

주저없는 이들을 만나기 싫어 간 공간에서 주저없는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들을 만난다.
그들 앞에서 있는 대로의 나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그치만 있는 대로의 나였으면 그 공간에서의 기분은 그대로가 아니었겠지
그렇담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나가 드러나는 것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밤의 나는 내 마음에 들었다.
그거면 된 것 같다.
동박새도 보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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