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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최근의 새 에피소드들

탐조 여행을 다녀오고 조류 도감을 사면서 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근 2주쯤, 소소히 즐거운 새 관련 에피소드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1. 국립수목원에 가서 우연찮게 곤줄박이를 가까이서 봤다. 주황색 몸통이 알록달록한 것이 아주 기분 좋았다.

쨍한 주황빛에 앙증맞은 부리 짱곤줄박이


2. 뒷산 산책을 하며 흰배지빠귀와 오색딱따구리를 찾았다.
산책하던 강아지가 새를 보고 짖어대는 바람에 빨간 뒤통수의 딱따구리가 내게서 멀어졌다.
산책하는 강아지가 생에 처음으로 미워지는 경험을 하였다.

빨간 뒤통수 딱다구리는 나무를 콩콩콩 오르고 있었다


3. 친구가 오묘한 새 울음소리를 들려줘서 이무새(이거 무슨 새야?) 라고 새 커뮤니티에 올려 보았더니 10분만에 댓글로 정답이 달렸다. 정체는 검은등뻐꾸기였다.
네박자로 우는 뻐꾸기라니. '뻐꾹뻐꾹' 뻐꾸기가 아닌 '뻐뻐뻐꾹' 뻐꾸기

검은등뻐꾸기는 발견하기 힘들다고 한다


4.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영상 내 효과음으로 쓰는 새 유투버가 있다고 해서 찾아 보았다. 이름은 무려 새덕후.
몇 개 영상을 살펴 보았고 나는 어느새 박새와 쇠박새와 진박새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박새류 친구들이 길가에 무진장 보인다. 매번 내색은 못하지만 기꺼운 마음이 샘솟는다.

박새는 까만 넥타이가 아래로 늘어져 있다
쇠박새는 옹졸한 보타이.. 아니 점 정도
진박새는 쇠박새보다 큰 보타이를 매고 있다


새를 쳐다볼 때 재미있는 점은 
얘네들이 정말 쉼없이 움직이고 도무지 동선의 예측을 못하겠다는 거다. 
요동치는 움직임이 거의 브라운운동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예측 불가한 건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얘네는 예외이다.

예외인 이유는 간단하다. 귀엽기 때문이다. 


내 삶도 네 삶도 한치 앞을 모른다. 앞을 모르기에 미래는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불편하다.
물론 불편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만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기에 되도록 불편하고 싶지 않다. 
그렇담 삶을 새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내 삶도 귀엽다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작고 귀여운 나의 앞날 
작고 귀엽고 통통 튀어서 어디로 가버릴 지 모르는 나의 앞날 
잘 안보여서 찾는데 시간도 노력도 필요하고 

찾았다만 쳐다보고 있자니 고개가 아프고

고개가 아파 잠시 한눈을 팔면 어느새 다른 쪽으로 튀어버리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움직일 지라도 그냥 귀여우니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나의 미래

 

이렇게 생각하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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