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250126] Tone Studio Live 고고학(GOGOHAWK)

이집트쌀바라기새 2025. 1. 27. 21:35

고고학의 단독 공연에 (또) 다녀왔다.
지난 10월에 다녀왔던 기억이 좋았어서다.
 
이번 공연은 톤스튜디오였다.
톤스튜디오에서는 전자양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 기록하기 전인가 보다.)
음향이 워낙 좋았고 소규모 나무 소재의 공연장의 따스함이 인상적이었다. 
 
톤스튜디오는 이름처럼 원래 스튜디오로 사용되는 곳인지라 소리가 정말 '잘' 들린다. 
고로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연주에 쫄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출 같은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또 고로 고고학의 톤스튜디오 공연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여튼 공연은 고고학 그들의 표현대로 '차력쇼'에 가까웠다. 
이들의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기엔 편안하지만
실물 구현에는, 또 실물 감상에는  많은 체력을 요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음원과 다른 편곡의 연주가
- 특히 곡들의 아웃트로에서 -
격하게 펼쳐지곤 했는데
그를 보고 듣고 흔들고 있자니
체력의 소모와 함께 몽롱해지는 기분이 참 좋았다. 

선명한 기타 소리가 머리를 울렸고 
점차 발갛게 상기되는 연주자의 볼처럼 
무아지경의 연주 속에서 올라가는 드러머의 입꼬리처럼
나의 속에서도 형용하기 힘든 열기가 점차 피어 올랐다. 
 
지난 공연에서는 평소 잘 듣지 않던 'Paradise'가 
이번 공연에서는 평소 잘 듣지 않던 '소원'이 맘에 훅 들어왔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공연의 경험이 쌓일수록 '좋음'이 쌓이는 건 어찌되었건 좋은 거다.
 
미발매 신곡도 몇 곡 연주했다.
그들의 기존 곡이 그러하듯 '아름다움'을 가진 곡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나오는 음악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어려운 것 같다. 
 
화려하거나, 섹시하거나, 힙하거나, 감성적이거나, 호소력이 짙거나, 담백하거나, 강렬하거나, 
뭐 이런 수사는 많이들 떠올릴 수 있겠다만
아름답다는 감상은 쉽게 나오질 않는다.
 
고고학의 음악에는 그게 있는 것 같다. 
잔잔한 자연의 어여쁜 감성과는 다른 
도시적인, 그러나 화려한 불빛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도시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내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그런 아름다움이 이들의 멜로디와 디테일에서 느껴진다. 
 
여튼 그러했다. 
프론트맨 범석님의 목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진행 솜씨나 말솜씨는 (3개월 전보다는 낫긴 해) 아직 처참했지만
연주는 모든 방면에서 훌륭했으며
매 곡마다 새로이 내가 캐치하지 못했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술 생각이 났고 
한두잔 마시다 보니 결국 긴 걷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고마운 공연이었다. 

아참 이날 이들이 협찬받은 '헬로선라이즈'라는 브랜드 의류와 악세서리들이 너무 다 예뻤다. 이런 식의 홍보 효과가 꽤나 좋을 지도

 

설이라고 절을 해주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고학님들 저는 덕분에 좋은 한 해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