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이태준 작가의 [무서록]
이집트쌀바라기새
2024. 11. 4. 22:56
우리의 육안이 가장 먼 데를 감각하는 데도 바다다.
구름은 뭉게뭉게 이상향의 성곽처럼 피어오르고 물결은 번질번질 살진 말처럼 달리는데
‘허! 어떻게 가만 서만 있는가?’
뛰어들어 비어(飛魚)가 되자. 셔츠라도 벗어 깃발을 날리자.
쨍쨍한 모래밭 새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새로 탄생한 사막의 미(美)! 뛰고 또 뛰고…
“오-.”
“어-.”
”아-.”
소리쳐도, 암만 기운껏 소리쳐도 파도 소리에 묻혀 그 거친 목소리 부끄러울 리 없도다.
바다는 영원히 희랍(希臘)으로 즐겁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종류이든 어려움이 생길 때면 짧게나마 바다에 다녀오곤 한다.
이태준의 [무서록]에 실린 <바다>를 통해 내가 바다를 찾는 이유를 마음에 꽉 드러차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다에 가면 ‘우리의 육안이 가장 먼 데를 감각’하게 된다.
감각이란 느낀다는 것. 나는 바다에서 아득함을 느낀다.
‘바다’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을 때 울리는 커다란 느낌은 그를 바라볼 때 증폭되고,
거대함에 압도되는 나는 한없이 작아져 ‘비어(飛魚)’와 같아진다.
작아진다는 건 나쁜 의미가 아니다.
작고 가벼워진 나는 거대한 포용 안에서 자유로이 소리 지르고 깃을 흔들며 나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파도가 다가오고 물러갈 때 무한히 ‘새로 탄생하는 사막’ 앞에서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힘든 날 바다를 찾아왔나 보다.
‘바다’를 발음하며,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며 내면의 너른 바다에 다녀왔다.
한결 가볍고 즐거워졌다.
* 본 내용은 2024년 2학기 KNOU [문학의 이해] 과목에 제출한 과제물 일부입니다. 활용이나 인용 원할 시 유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