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240623] 아시안팝페스티벌 Asian Pop Festival - Day 2

이집트쌀바라기새 2024. 7. 1. 23:08

이튿날이 밝았다 
술도 많이 안먹었으면서 해장이 필요한 터 양평해장국 시원하게 말아먹고 든든히 출격했다
전날과 다르게 쾌청했다
 
김사월 공연 중에 도착했고 맥주 한 잔 마시며 여름볕을 맞았다
그 덕에 지금 가슴팍이 반달가슴곰이 되긴 했는데 
여름엔 새까매지는게 인지상정이니 뭐 괜찮다 (사실 샤워할 때마다 우습다)
 

아팝페의 맥주는 칭따오였다 도리도리맛도리



제대로 본 공연은 뱃커버 Betcover!!
時間 앨범을 들은 뒤 너무 좋았어서 라이브를 꼭 보고싶었다. (앨범 커버만 좀 어떻게 해줘)
듣자마자 인상적이었던 건 목소리.
음원보다 더 성숙했는데 뭐랄까... 알렉스터너가 생각났다.
터너는 이제 원숙함이 흥건하다만 야나세는 아직 그정도까진 아니다 그치만 그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더운 날 양복차림을 쫙 빼입은 다섯 명이 밀도 있게 위치하고 눈을 마주치며 신들린듯 연주하는데
긴장감이 들 만큼 예민하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압도적이었다.
뭐 실은 얼마전 야나세가 드러머를 폭행했다는 소문을 들었어서
그 이미지 때문에 좀 더 긴장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여튼 좋았다. 마지막 곡이었나... 야메떼... 야메떼... 를 절규하던 그 몸짓과 손짓과 표정이 뇌리에 박혔다.
앞으로도 종종 플레이리스트에 올라갈 멋진 친구였다.
 

이제부터 당신은 내게 야메떼좌입니다



이후 세이쑤미를 봤다
이날의 날씨에 너무나도 너무나도 너무나도 적합한 그들이었다.
언제 들어도 반짝이는 해변가가 내 앞에 펼쳐지는 이들의 음악엔
유난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김오키씨가 [꿈에] 연주를 함께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편안한 색소폰 소리가 잔잔히 깔리는 꿈에는 정말 꿈꾸는 듯 황홀했다.
나는 눈을 감을 수 있는 음악이 좋다.
라이브 무대에서 시야를 포기하고 눈을 감았을 때 
감흥이 배가될 때가 있고 이때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
눈을 감고 듣다가 문득 눈을 떴는데  
마침 센스있는 관객이 비눗방울을 날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팝페 이틀을 통틀어 내게 최고의 무대를 꼽으라면 이번 [꿈에]를 픽할테다
 

보이시나요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아쉽지만 쎄이수미 무대를 끝까지 보진 못했다
전자양을 보러 작은 무대, 루빅 스테이지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빨리 간다고 갔는데도 메인객석엔 가지 못했고 겨우 콘솔 옆에 자리를 잡아 관람했다
전자양은 그옛날 덴시힌지 시절 1집을 사서 듣고 듣고 또 듣던 시절부터 팬이었다.
밴드 편성을 한 이후의 곡들도 물론 좋아한다 유정목님의 기타를 좋아하는 것도 큰 몫을 한다.
여튼 음악도 좋지만 공연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기대를 한아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실제로 너무 좋았다.
콘트롤타워러버로 우장창창 포문을 연 공연은 멸망이라는 이름의 파도까지 주구장창 달려나갔다
엄청난 몰입감의 (실제로) 접히는 무대였다.
종범님이 기타를 내려놓고 가라오케 모드가 되면 드릉대는 맘을 감출 수가 없어 두 손을 꼭 모으게 됐다.
이런 공연을 좀 더 넓은 무대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뛰어놀며 즐기면 좋을텐데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동행인은 공연이 연극적이었다는 평을 남겼는데 그게 다수에게 허들로 다가오나 싶기도 하다.
 

이종범씨 마이크 잡아먹기 일보직전



자양님들의 멋진 무대에 혼이 쏙 빠진 채 다시 잔디밭으로 왔다. 
동행인이 가장 보고 싶어하던 웬즈데이캄파넬라를 보기 위함이었다.
수제콜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이거 아주 맛있었다) 무대로 향했다.

수제 콜라 맛볼일 있다면 강력 추천



웬 요란한 화장을 하고 형광 초록색 의상을 입은 친구가 폴짝거리며 랩과 노래를 하고 있었다.
충격과 공포의 40분이었다.
뭔갈 즐긴다기보단 안따라하면 안될 것 같아서 호응에 움직이게 되는 그런...
중간에 '카와이?' '귀여워?' '카와이?' '귀여워?'를 한 열 번쯤 물어보는데 
관객과의 귀여움라이팅 기싸움이 아주 팽팽한 것이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 풍선에 들어가서 객석에 몸을 내던지는 퍼포먼스도 있었는데 
그 거대 풍선 안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랩과 노래를 소화하는 프로의식이 대단했다.
나의 취향이 아니었고 거대한 문화충격에 정신이 얼얼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프로다웠다고, 멋진 아티스트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존경합니다 대단해요 카와이 스고이짱...



웬즈데이캄파넬라까지 보고 나니 진이 빠져서 뭘 더이상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밥을 사먹고 고민 끝에 이른 귀가를 택했다.
사카모토신타로를 못보는게 약간은 고민스러웠지만
평소에도 그리 잘 듣는 아티스트가 아니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즐긴 모든 아티스트들이 충분히 강렬했기에 
충분한 기분이었다. 충분했다.
 

어느 관객의 등에 매달려 있던 푸... 넘 귀엽고 넘 짠하고 넘 귀엽고 넘 짠하고 보일 때마다 무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애 매달고 올 생각 어떻게 하시는건가요 본인 등판하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보장된 즐거움도, 신선한 충격도 함께한 꿈결같던 이틀이었다.
간만에 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그보다도 더 가벼운 허리춤이 반가웠다.
잔디에서 마시면 유난히 취하지 않는 생맥주는 굉맛도리였으며(굉장히 맛있다는 뜻)
여러 번 강조해도 마지않은 쾌적한 호텔이 주는 안정감은 가히 최고였다
그리고 함께 한 동행인이 사랑하는 이기에 더더욱 행복했다
24년의 첫 페스티벌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