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1] 장기하 단독공연 '해'
어제 장기하의 단독 공연에 다녀왔다.
실은 이번 주 초부터 몸이 너무 아파서, 그리고 좋아하던 문빈님의 사망 소식으로 인해 멘탈도 좋지 않아 취소하려 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강제 배송 시스템 때문에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등기우편으로 티켓을 예스24 고객센터에 보냈어야 했고
취소하려는 맘을 먹을 당시 취소 기한까지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물론 당근에도 올려봤지만 싼값임에도 불구하고 사려는 이는 없었다.
5일이나 공연을 하는 대혜자 컨텐츠였기 때문이겠지
그치만 결론적으로는 즐거웠다 후회없이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장얼의 음반을 좋아한다. 특히 내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그 앨범은 닳고 닳을만큼 들었다.
최근 혼자 낸 장기하의 음반은 놀라웠다.
공중부양 앨범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이 사람이 음악 교과서에 실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한국 대중음악의 범위를 넓혔다고 생각한다. 내가 뭐 평론가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알못이 듣기에도 그렇게 들렸다.
(한대음 수상 못한게 아쉬워 죽겠어)
뭐 여튼 그마만큼 장기하를 좋아한다는 거고,
공연은 페스티벌에서 두어번 본게 다였다. 단공은 가본 적 없고, 잔디밭에서 방방 뛰면서 놀기 너무 좋았던 추억이 있었다.
공연에 대해서는 딱 그만큼의 인지가 있었기에 잔디밭이 아닌 작은 홀에서 하는 공연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가본 것 중 손꼽히는 공연이었다.
장기하의 훌륭한 노래와 연기, 세션의 연주 능력, 장기하의 공연을 끌어가는 에너지와 카리스마, 관객들의 매너, 주옥같은 히트곡들과 숨은 보석같은 노래들
어느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기억에 남는 것 1.
부럽지가 않아 떼창 진귀하네요 이건
기억에 남는 것 2.
그건 니생각이고! 나도 모르게 진심을 담아서 소리치는 나를 발견했다.
본격 스트레스 해소 시간
기억에 남는 것 3.
그러게 왜그랬어 를 연기하는 기하님은 잘생겨보인다. 성별 무관 나이 무관 상대방으로 과몰입 완료
기억에 남는 것 4.
다 를 부르는데 문빈이 생각났다. 민들레씨를 남기고 간 그.
'나의 곁에 있던 마음들을 죄다 다 떠나보냈다 생각하며 잠이 드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명복을 빌어요
기억에 남는 것 5.
얼마나 가겠어 라이브가 된다고?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그래 라이브가 된다고???
아주 미니멀한 것부터 아주 맥시멀한 것까지 한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장기하는 물리학같다. 미시부터 거시까지 다 다뤄
기억에 남는 것 6.
장기하님 쿨톤인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 7.
별일 없이 산다 를 즐기는데 최근 빠져있던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빛줄기가 보였다.
그 줄기 잘 잡아봐야지 최대한 길게
최근 인디공연장을 가면, 이곳에도 아이돌 팬문화가 짙어지며 직캠을 찍는 팬들로 인해 공연장이 고요한 경우들이 꽤 있다.
물론 그들의 문화를 깊게 이해하는 (심지어 깊게 발을 담궜던) 사람으로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마음껏 신나게 즐기지 못하는게 너무 아쉬웠는데,
이번 공연은 그런거 하나도 없이 그저 즐겁게 '마음 가고 몸 가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 신이 났다.
이거지.. 이런게 즐거움이지... 이런게 사는거지 뭐 그런
오랜만에 사랑하는 친구랑 공연 끝나고 개구장이 표정으로 셀카도 찍었다.
이것도 진짜 즐거웠던 점 중 하나. 힘들 때마다 꺼내 봐야지.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기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