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30] 스퀴드 내한공연 'SQUID LIVE IN SEOUL'
글래스턴베리에서 블랙컨트리뉴로드 공연을 인상깊게 본 이후로 런던 신예 포펑밴드들에 관심이 생겼다.
그 중 한 팀이 스퀴드였는데, 엥 이사람들 내한 온단다.
2집 넘 재밌게 들었던지라 공연소식 듣고 당장 예매했다.
(사실 당장은 아니고, 예매수수료에 배송비 붙이니 티켓값이 훅 올라서 일괄배송 끝난 이후에 샀다 히히)
무신사개러지에서의 공연이었는데
표가 민망할 정도로 안팔려서 안그래도 넓지 않은 공간이 텅텅 비어보이면 어떡하지 싶어 걱정이 만땅이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실현이 되었다.
라클데 봉제인간때도 그렇게 사람이 많아서 못들어갔던 무신사개러지인데
영국에서 비행기타고 온 밴드 공연이 이렇게 비어서야 되겠냐고요 흑흑
이렇게 표가 안팔리면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텐데...
그러니 이번 공연을 보기로 한게 참 다행이다 싶었다. 왜냐면 공연이 지대좋았거든
(그리고 올리씨 이렇게 핏대세워서 노래하다간 오래 밴드 못할 것 같다. 싱싱할 때 경험해야 할 오징어 라이브 강추입니다)
일단 공연 기다리면서는 워터프롬유어아이즈 노래가 계속 나왔다. 트루라이프 최고.
스퀴드 친구들 다섯은 공연 시작때 우르르 들어와서 공연을 와다다 하고 몇마디 안하고 앵콜도 없이 가버렸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갈 일인가?
말 그대로 휘몰아쳤다. 어안이 벙벙했다.
투어 첫 곡이 Swing이라는 사실은 알고 갔는데
알고 갔어도 시작하자마자 전율이 훅 돋더라
소리가 일단 엄청 컸다. 이게 사운드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단 컸다.
워낙 특이한 사운드를 열심히 사용하는 밴드라서, 평소 듣기 힘든 소리들에 귀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적응을 마치고 난 뒤에는 황홀했다.
이친구들 다섯뿐이지만 신디사이저 세 대를 왕왕 때리고
베이스 친구는 갑자기 트럼펫으로 바꿔서 빵빵 불다가 어떤 때는 퍼커션도 치고
왼손으로 기타치는 친구는 오만 연주기법을 총동원해서 쇼쇼쇼를 보인다. 한 종류의 악기로 내는 최고의 효율맨.
키보드 친구는 트라이앵글 마스터에다가 쉐이커를 아주 부드럽고 쫀득하게 찰랑거리고
우리의 올리는(유일하게 이름을 안다) 드럼치면서 시뻘건 얼굴로 빳빳한 목으로 뒤집어 까면서 노래한다
이팩터도 아주 현란하게 바꿔대서 이게 과연 다섯이 만드는 소리인가 싶어진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켜켜이 쌓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듣는데
끊긴 것도 이어진 것도 찢어진 것도 흐느적거리는 것도 소리라는 공통점만 있는 것들이 뭉치고 해체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들으니 내 앞에 초대형 불꽃놀이라도 터진 것만 같았다
Swing, Undergrowth, Narrator, After the Flash, The Blades 까지
뭐 기깔난다 싶은 노래들은 다 했다. 알차디 알찬 90분.
셋리스트는 아래 참고
Squid Concert Setlist at Musinsa Garage, Seoul on November 30, 2023 | setlist.fm
Squid Setlist at Musinsa Garage, Seoul
Tour average: 2h 7m after doors Average show length: 1h 19m Doors: 7:30 PM Scheduled: 8:00 PM Start time: 8:00 PM30m after doors Edit set times
www.setlist.fm
앨범도 좋았는데, 앨범이 다가 아니었다
라이브를 들어야 하는 밴드였다.
기존 곡 중간중간 잼 타임도 있는데, 그때의 황홀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재즈공연을 볼 때도 잼만의 짜릿함이 있지 않나? 그걸 좀 좋아하는 편인데
알고보니 스퀴드도 재즈밴드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계가 없는 느낌인거였어.
사람들 마약 왜 할까? 이런 공연 보는게 낫지 않나 허허
멘트도 앵콜도 없다는 점에서 요망한 요즘것들로 마지막 인상이 남겨졌지만
검색해 보니 이 투어 내내 멘트도 앵콜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몇번 찾아본 공연 영상들에서도 말하는걸 거의 못봤던 것 같다
공평하고 시크한 오징어 친구들..
여튼 공연 끝나고는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지갑사정이 안좋음에도 충동적으로 사버린 티셔츠가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경험으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블컨뉴로 내한 떡밥이 뿌려졌다.
내년 2월이란다. 캘박 완료.

이팩터 만지느라 베이스친구 안보이는데 사진이 이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