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10]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브람스와 생상스'
일하기 싫어 연차 쓴 날 간 공연
클래식 음악에 큰 관심도 조예도 없다만
부천아트센터라는 공간에도 가보고 싶었고,
오르간 연주가 있다는 사실에 혹해서 바로 예매했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울 때부터 바흐의 음악을 좋아했는데,
특히 규칙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오르간 선율을 특히 좋아했다. 여즉 좋다.
여튼, 남은 자리가 몇 없어 3층 하느님석에서 봤다.
오르간이 잘 안보인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연주자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재미있는 뷰였다.
공연장이 특이했다. 오케스트라를 감싸고 양 옆.. 에서 더 뒤쪽까지 좌석이 있었다.
다음엔 옆자리에서 봐야지 싶었다. 연주자들의 뒤통수와 옆태를 보는 경험
브람스의 곡은 즐거웠다.
모든 곳에서 미분이 가능한 느낌이었다. 부드럽다는 감상과는 달랐다.
끊김이 없고, 여러 악기들이 얽혔음에도 매끄러웠다.
현은 가장자리가 없는 선 같았고, 관은 가장자리가 없는 원 같았다.
문장을 써 두고도 무슨 소리인가 싶긴 한데,
가장자리가 없는 두 도형이 만나서 어디든 미분 가능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듯 했다.
현악기의 활과 직선형 관악기가 만드는 선
원형 관악기가 만드는 원
공연 실황을 녹화한 뒤 선과 원의 움직임만 따로 따고, 그를 다시 영상화하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똑같이 또 조금씩 다르게 움직이는 활과 악기들
그 움직임의 정도를 데이터화해서 음악을 만들면 원곡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닮은 음악이 나올까?
생상스의 곡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그저 오르간의 소리에 대한 감상만 남았다.
그렇게 제대로 된, 큰 오르간 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한마디로 압도당했다. 모든 공간이 오르간으로 꽉 찼다.
오르간은 신같다.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예수같았다.
똑같은 악기의 형상이다. 다른 악기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일원일 뿐이다.
그치만 다른 악기의 소리를 품는다. 모든걸 통과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서든 내려다 본다.
이게 신이 아니곤 뭘까? 그래서 기독교나 천주교가 오르간을 그들의 악기로 선택했겠다 짐작한다.
아 재미있었다.
오케스트라와 아트센터를 지닌 내 고향에 대한 애정도가 상승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여기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또 봐야지